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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방문기

금강산 구룡폭포 계곡의 은은한 바위 색과 옥수가 어우러져 감탄이 절로 나왔고 만물상 일만이천 봉의 아름다움은 세계 어느 산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석이었다. 동포 누구나 쉽게 관광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길 바란다.

 

오가며 지나쳐본 풍경과 삶은 내 젊은 시절 1960년대에 봤던 그 모습이었다, 군인, 학생들이 논에서 모심고 금강산 안내원 처녀들도 관광객이 없으면 호미 들고 밭매러 나가는 것을 봤다, 1980년대 이후 유엔의 경제제재로 삶이 피폐해져서 마음이 아팠다, 거기도 내 나라인데….

 

나는 올해에 70살로 은퇴하고 첫 관광지로 북한을 택했다, 내가 작년까지 하던 사업을 생각하며 수돗물 배관 파이프는 어떤 걸 사용하는지 안내 선생에게 물어봤다, 대답은 아직도 쇠파이프에 나사를 깎아서 배관한다고 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PB (polybutylene) 재료가 비싸지도 않고 설치가 쉬워 냉온수와 난방 배관 사용에 효과적이니 빨리 교체하라고 했더니, 외화가 없어 땅속에 묻혀있는 철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해는 된다. 하지만 쇠파이프는 설치 후 녹물과 누수로 10년 정도 사용하면 교체해야만 된다고 얘기하며 안타까워했다.

 

내 능력 범위에서 도와주고 싶어서 정부 관계자와 담당과학자와의 면담을 신청해서 만났다, 그 자리에서 내가 이민 가서 PB Pipe 부품공장을 운영했었고 현재 뉴질랜드와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PB 파이프, 부품의 생산 경험과 각 부품의 도면, 호주 정부에서 받은 WaterMark 인증서, 쌤플들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생산방법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고 북한 정부는 감사하다고 했다.

 

북한은 미국의 침략에 살아남기 위해 지난 30년간 모든 국력을 집중해 핵과 첨단무기를 개발하였고 2017년 11월 29일 화성 15호 발사로 핵 무력이 완성됐음을 세계에 선포하였다,

이제는 보통국가로 살아가기 위해 미국과 협상 중이고 평화협정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 해뜨기 직전이 제일 추운 것처럼 지금은 막바지 고난을 겪고 있으며 혹시라도 북한의 그 의지가 무너져서 다시 한반도가 전쟁에 휩싸이고 강대국으로부터 핍박받지 않도록, 우리 동포들은 북한을 이해하고 지원해주기 바란다.

 

우리 의지대로 개성공단도 재가동하고 남쪽의 기술과 자본, 북쪽의 우수한 노동력과 무궁무진한 자원도 함께 개발할 수 있기 바란다, 베트남과 교류하듯 하루빨리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우리 동포와 후손들이 세계 강대국 대열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나는 뉴질랜드로 돌아와서 북한의 청소년들이 스노클링을 배우고 즐기라고 원산시 청소년야영장에 스노클링 200set를 홍콩에서 사서 보내주었다, 해외동포들이 북한동포를 쉽게 도와주는 방법은 북한을 방문하여 관광 활성화를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뉴질랜드 교포 정진국

2018년 8월, 심양을 거쳐 생애최초로 평양에 당도하니

총총총 짐을 지고, 자전거를 타고, 대동강다리를 건너는 평양시민들의

얼굴이 구리빛이다. 

만킬로미터 이상의  땅과 바다를 건너고,  계절을 거꾸로 돌려버린 몸은 몸대로 피곤했으며

해방산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노동신문사 전경은 초현실적이기까지 했다. 

정도전의 조선경국전 연구 성과를 알아보자, 라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북녘 방문을 신청한 내 사연도 평범하지 않았지만, 

또 그런 나를 어여삐 여기고 비자를 내 준 조선공화국 해외동포원호위원회의 아량도 범상치 않다. 

간단치 않았던 땅의 길과 몸의 법칙을 거스른 여정은,

밥상머리에서 같은 언어로 비슷한 고민을 나누고, 때론 농을 치며 같이 즐거워 했던  

조선반도 북쪽 조선인들 덕분에 그 여독을 녹이고도  남음이 있었다. 

조선공화국 인민들과 대한민국 시민들 사이에 놓인 땅과 마음의 거리는 간단치 않으나,

뜻은 알겠으나, 그 맥락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외국어 번역의 고충이 우리에게는 없잖은가. 

반도에서 땅을 갈고, 애를 기르며, 살아남고 진화한 조선인.

서로의 말과 마음의 결을 조심스럽게 더듬다보면 정(情)은 통하리.

2018년 8월 평양방문기

​뉴질랜드 동포 정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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