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심양을 거쳐 생애최초로 평양에 당도하니

총총총 짐을 지고, 자전거를 타고, 대동강다리를 건너는 평양시민들의

얼굴이 구리빛이다. 

만킬로미터 이상의  땅과 바다를 건너고,  계절을 거꾸로 돌려버린 몸은 몸대로 피곤했으며

해방산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노동신문사 전경은 초현실적이기까지 했다. 

정도전의 조선경국전 연구 성과를 알아보자, 라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북녘 방문을 신청한 내 사연도 평범하지 않았지만, 

또 그런 나를 어여삐 여기고 비자를 내 준 조선공화국 해외동포원호위원회의 아량도 범상치 않다. 

간단치 않았던 땅의 길과 몸의 법칙을 거스른 여정은,

밥상머리에서 같은 언어로 비슷한 고민을 나누고, 때론 농을 치며 같이 즐거워 했던  

조선반도 북쪽 조선인들 덕분에 그 여독을 녹이고도  남음이 있었다. 

조선공화국 인민들과 대한민국 시민들 사이에 놓인 땅과 마음의 거리는 간단치 않으나,

뜻은 알겠으나, 그 맥락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외국어 번역의 고충이 우리에게는 없잖은가. 

반도에서 땅을 갈고, 애를 기르며, 살아남고 진화한 조선인.

서로의 말과 마음의 결을 조심스럽게 더듬다보면 정(情)은 통하리.

2018년 8월 평양방문기

​뉴질랜드 동포 정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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